저는 매주 월요일 오전에 한번, 화요일 오후에 서울소재에 있는 고등학교 1곳을 방문하여 컴퓨터를 가르치고 1곳은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복지관으로 와서 컴퓨터를 가르칩니다.
올해 처음으로 수업을 맡게된 s여고 도움반 학생들과 아직 적응기라 그런지 수업시간이 힘들기도 하고, 때론 흥겹기도 합니다. 여학교라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함속의 수다라고 표현하면 맞을것 같은데요. 이녀석들 역시 젊음의 홍역을 치루고 있음이 다분히 느껴집니다. 남자선생님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좋아해주는건 고맙지만 예의를 지키지 않는 수업태도에 분노한 저를 보고 금방 토라지고, 또 달래주다보면 벌써 시간은 흘러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이녀석들이 고마운것은 가끔씩 선생님이 힘들거 같다며 위로를 해주기도 하고, 또 언제그랬냐는듯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수업을 따라하는 것을 보면 무작정 미워할수도 없습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것은 지적장애인에게 오는 다양한 사춘기의 모습입니다. 너무 많은 사례가 있으므로 오늘은 한명 콕 찍어 이야기 하겠습니다. 고3 (지적3)학생인데요, 오늘 수업시간 시작하자마자 울더군요. 무슨일인가 했더니만 다른 친구들이 컴퓨터수업시간을 자기만 알려주지 않아 늦게 내려와서 속이 상했다고 합니다. 그것만으로는 이유가 안돼서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5학년때로 거슬러 올라가더군요. 그때부터 시작된 왕따와 따돌림, 수군거림, 이러한 나쁜 기억은 가끔씩, 때때로 다시 살아난다고 합니다. 같은 지적장애인들로 구성된 반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을까 싶어 학생을 화장실에 세수하라고 보낸후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경험상 학생들이 거짓말 하는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친구를 부르러 교실에 갔었지만 그 친구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혹시 미워하냐는 말에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합니다. 또 한가지 물어보았습니다. 너희들도 혹시 어렸을때부터 왕따나 따돌림을 당했냐는 말에 전부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
고3때까지 이 아이들이 상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아파옵니다. 노파심에 우리반은 절대로 누군가를 아프게해서는 안된다는 말로 추스렸습니다.
사춘기라 함은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시기이며, 어린이가 어른이 되기위한 성장통을 겪는 시기입니다. 혹시 지적장애인중고등학생이 말을 안듣는다며 사춘기라 말한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일수도 있습니다. 비장애인이 사춘기가 오는 시기가 다르듯 지적장애인의 사춘기도 시기와 표현방법의 차이가 조금은 있지만 자신의 정체성과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을 겪는 것은 똑같다고 생각해봅니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친구, 남친있는 친구를 부러워하는 친구, 숙제 못해서 혼나서 속상한 친구, 멋진 스마트폰을 갖고 싶은 친구, 때론 공부보다 이러한 것들이 중요한 우리도 사춘기가 있습니다.